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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 왔어?
| 최재정 |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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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릭~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누루고 문이 열리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묻는 말이 춘천마라톤 배번 “택배” 왔어? 
안 왔다고~ 어 왜 안 오지? 다른 지역은 받은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배번 사진도 찍어서 올리던데 주소가 잘못 입력되었나?
택배를 기다 린지 벌써 3일째다 이렇게 가슴 설레게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려 본지가 언제였던가? 직장생활 28년째를 하면서 이렇게 무언가를 간절히, 순수하게 기다려 본적이 있었던가 싶다. 내가 왜이리. 배번을 기다리고 있나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올해 여름은 왜 그리도 더웠던지 기온도 기온이었지만 내가 종사하고 있는 산업의 어려움이 그 어느 때 보다 크기에 더욱 더위를 느꼈던 것 같다
세계 곡물 가격은 계속 상승하는데 공기업인 선두업체에서 가격을 안올린다고 선언을 했다
세상에 일반 기업들은 어떻게 하라고? 
회사 내에서도 갈등이 심했다. 
가격을 올리면 거래처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고민했다 그러나 회사 수익을 생각하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회사 임원으로서의 책임감으로 가격 인상을 밀어붙였다.  매출이 1/4 떨어져 나갔다 
매출 감소는 감내할 수 있었으나 피땀 흘리며 함께한 직원 분들의 원성은 가슴을 저리게 했고 그분들의 고통을 외면해야 하는 입장은 그 어떤 고통보다도 힘들었다.
그 힘든 마음을 이겨내고 추스르기 위해 그 더운 7~8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뛰었다
땀이 사우나에 들어갔다 온 것 보다 더 나고 있었으나 마음은 개운했다
그렇게 마음을 잡아줄 수 있었던 것은 춘천마라톤이 기다리고 있어서 였던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배번을 기다렸나보다 

마치 초등학교 소풍날을 기다리는 어릴 적 그 마음으로 돌아간 듯 했다.
혹시라도 일정에 차질이 생겨 갈 수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설렘이 뒤엉킨 그런 마음이 기분을 더 설레게 하면서 행복하게 했다 
형형색색의 단풍과 달림이 들이 어우러진 포스터를 볼 때마다 그런 마음은 더욱 솜사탕같이 부풀어 올랐다 산업의 어려움을 잠시 잊게 한 그리고 새 힘을 낼 수 있게 한 소중한 위안처였다. 
마치 그 아름다운 포스터 속에 한명이 될 거라는 것과 그 달림 이들 속에 내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 그리고 그 멋진 단풍과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그림 속에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동질감이 나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아마도 그 속에 있는 모든 분들 마음속에 무언가 뭉클한 수많은 감동들이 이해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같이 달려보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힘듦 속의 희열과 행복을.......
많은 사람들이 그런다. 왜? 그렇게 달리냐고?
달려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그걸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냥 씩 웃고만 만다.
이 재미를 모르고 사는 사람과 다르게 달리는 재미를 아는 사람끼리는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연습 주로에서 만나는 분들과 눈인사만 해도 새 힘이 나곤 한다.       

마라톤을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오기 때문이었다.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되면서 천안 공장장 직책을 신바람 나게 열심히 임하고 있던 차에 새로 부임해 오신 대표이사께서 나를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낸다고 했다. 
나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곳으로 말이다
사표를 제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내 나이가 43살
그러나 말리고 위로해 주시는 직장 동료 분들과 당장 뚜렷한 대책도 없던 처지라 사직서는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내지 못했다.
보직이 바뀌고 어쩌면 일은 더 편해지고 시간도 많아졌던 것 같다
그러나 자존심 상함과 그 우울함 그리고 남아 있던 가슴속 열정을 어디엔가 쏟아 부어야 했다
그러던 차에 그분(발령 내신 대표님/ 당시에는 원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얄미운 사람이었다)이 마라톤을 하고 계셨다 그래 그분보다 내가 나은 것은 없지만 내가 마라톤 하나만이라도 따라 잡고 말 꺼다 하는 오기로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지금은 내 인생에 있어서 그분이 그 어느분 보다도 고마운 분이시다 내게 마라톤이라는 좋은 선물을 선사해 주셨기에 감사할 뿐이다.

처음 저녁때 공설 운동장을 3~4 바뀌는 돌 때쯤 아들 녀석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아빠는 왜 그렇게 천천히 뛰어?” 제 엄마한테 속삭이는 말이 들렸다 나는 땀 뚝뚝 흘리며 헉헉대며 뛰는데 야속했다
그래도 나를 향상 응원해 주는 아내에게 물었다. 
뛰는지 걷는지 모를 것 같은 다른 아저씨를 가리키며 
그래도 저 아저씨보다는 내가 빠르지?
아내는 묘하게 웃으며 천천히 “아니” 라고 했다.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가 3km~5km를 넘어 하프, 풀코스를 뛰게 되었다.
사람 몸은 참 신기하다 세포 하나하나 속에 기억력이 있는 듯하다. 연습하는 걸 세포들이 
정확히 기억하니 대단한 기억력 같다. 

춘천마라톤을 준비하며 누계거리 약 2,000km를 달렸다
그래도 42.195km는 쉽지만은 않은 거리다
이번이 네 번째 풀코스 도전
춘천마라톤은 처음 도전이라 더욱 기대되고 기다려졌다 그런데 이젠 춘천마라톤을 떠날 수 없을 것 같다. 가을의 전설이라는 문구가 나를 확 올가미로 잡아버린 듯하다 
“가을의 전설”이라는 문구가 왜이리. 가슴을 설레게 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붙인 이름인지 모르지만 그분은 분명 멋진 분이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분 스스로가 아마도 전설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분도 춘천마라톤의 매력에 꽁꽁 묶이면서 그 말이 떠올랐을 것 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드디어 택배가 도착했다 
왜 그리도 좋던지 내가 받은 택배 중에 가장 반가운 택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어떤 선물이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나이 들며 즐거워하는 마음이 조금씩 모래성이 바닷물에 씻겨가듯이 깎여 나가
즐거움이 뭔지 모르는 나이가 되가는 듯 했는데 이제 그 즐거움을 다시 찾은 듯 했다
흥분되고 살아 있다는 생기가 느껴진다.
쿵꽝쿵꽝 꿍꿍꿍 가슴 뛰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마치 변방의 북소리 같이, 
그래서 마음이 설레고 마음이 즐겁다. 마치 첫 미팅을 나갈 때 같이.

드디어 춘천마라톤 당일 아침부터 장대비가 계속 내린다.
출발 전 이미 신발이 다 젖었다 이거 발이 불어서 물집이나 상처라도 난다면, 
생각하니 조금은 불안했다. 그래도 1년을 준비했는데 웃으며 출발했다
주위에 함께 뛰시는 많은 분들의 흥겨움과 자신감 이런 분위기가 나를 즐겁게 하고 함께 뛰는 행복감에 젖게 해주었다.
터널을 지날 때 와~ 하고 외치는 달림이 들의 외침은 어느 공연장의 울림보다도 웅장하고 힘차게 들렸다 그곳에 계신 모든 분들은 정말 살아 있었다.
가장 힘든 35km 구간부터는 다리에 쥐가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한다.
이놈 내 연습 거래가 얼마인데 엄포를 넣어보지만 이놈의 쥐는 그 뒤로 계속 위협을 한다.
특히 40km 지나면서 한발을 디딜 때마다 타협을 했다. 제발 조금만 참아 달라고 
그렇지만 마지막 결승점을 지날 때는 힘차게 달릴 수 있었다. 
세상에 그 무엇이 나에게 이렇게 행복감을 줄 수 있을까?
    
내가 언젠가 이세상과 유명을 달리하는 날 꼭 뵙고 싶은 분이 있다
바로 돌아가신 어머니시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 주시고 인정해 주신 고마운, 너무도 고마운 분
지난 1996년 11월 아버님이 운영하시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집안이 풍지박살이 났고
그 다음해 2월 충격으로 돌아가셨다 
그 어머니를 저세상에서 다시 뵐 수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어머니 가르침을 따라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그래서 자랑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그중에 꼭 자랑하고 싶은 것 하나가
“어머니 나 있잖아~ 비가 억수로 내리는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어" 잘했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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